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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2023.07~08] #3 군사력의 핵심은 ‘장병들의 인권 확립’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1980년대 초 군법무관으로 근무했다.
40여 년 전 군대와 지금의 군대는 시설과 복지 측면에서 비교하기 힘들 만큼 개선됐다.
그러나 군부대 특유의 권위적 환경과 지휘관들의 의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게 김 보호관의 진단이다.
군부대 내부를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과 홍보가 중요한 이유다.
김 보호관으로부터 출범 1주년을 맞은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군사력의 핵심은 ‘장병들의 인권 확립’

 

육성철 홍보협력과장(이하 육) |  군인권보호관이 출범 1주년을 맞았습니다. 1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이하 김) |  제가 말하는 것보다는 제3자가 얘기해야 객관적인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 윤승주 일병, 고 이예람 중사 등 안타까운 희생이 계속 있었고,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하였습니다. 국가 차원의 군인권 전담 기구가 생겼다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설 조직으로서 한계도 많았다고 봅니다. 군인권 이슈를 선도하지 못했고, 교육과 홍보도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육 |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인권위는 군부대 사망 사건을 입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망 사건 입회가 군 인권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 |  과거엔 피해자 측에서 아무런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 때문이지요. 군인권보호관이 생기고 군대 내에서 사망 사건이 일어나면 국방부가 인권위에 통보하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보니까 그동안 147건이나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권위는 국방부 통보 내용을 살펴보고 입회 여부를 판단한 뒤 현장으로 즉시 출동합니다. 이렇게 되니까 군 수사기관은 인권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인권위가 신속하게 모니터링을 하면서 군 지휘부에 의한 은폐나 축소 가능성, 2차 피해 우려 등은 크게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육 |  군인권 업무가 광범위하고, 군부대 숫자도 많습니다. 이에 비해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의 조사 인력과 예산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 |  군인권보호국 3개 과를 통틀어 직원이 23명이니 실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죠. 이 정도 규모로 50만이 넘는 군인들의 인권을 챙긴다는 게 사실 말이 안되죠. 조사관 인력을 현재보다 2배 정도는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육 |  얼마 전 군인권보호관으로서 국방부장관을 처음 만나셨는데요. 국방부와 인권위가 군인권 개선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 |  우선 원활한 조사 활동을 위해 군인권보호국에 현역 군인을 최소 1명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군이라는 특수 조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현역 군인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군인권보호관 제도에 대한 홍보를 단위 부대에까지 철저히 해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군부대 현장에서는 아직도 군인권보호관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는 병사들이 많다고 봅니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이 군인권보호의 주요 권한 중 하나인 방문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이 군인권보호의 주요 권한 중 하나인 방문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육 |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생기고, 주요 변화 중 하나가 방문 조사 확대인데요. 1년 동안의 방문 조사 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  작년에 군 신병훈련소와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방문해서 조사한 뒤, 1인당 생활실 면적 확대, 노후 시설 교체, 훈련장 재래식 화장실 개선 등을 권고했는데, 군 당국이 모두 수용했습니다. 올해는 GOP·해안경계대대, 해군 함정 등 격오지 부대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결과를 정리하여 권고할 예정입니다. 인권위가 직접 부대를 찾아가서 살펴본 뒤 군부대에 권고하고 군 당국이 이를 수용하는 시스템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진행하면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문조사는 그런 변화를 만드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육 |  군복무를 법무관으로 하셨는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군인권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김 |  1980년 9월부터 사단, 군단, 육군본부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사이 병영 문화 자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습니다. 병장 월급이 100만 원까지 올라왔으니까요. 이런 추세면 최저 임금 수준까지 검토할 만하고, 적절한 시점에서 모병제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군부대 내부엔 아직도 구태의연한 부분들이 상당히 존재합니다. 옛날 군대문화라는 게 속된 표현으로 “까라면 까라”는 거잖아요. 그런 분위기는 많이 퇴색했지만,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존중하는 분위기나 여성 군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문화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육 |  과거에 존재했던 군사 법원도 일부 폐지되는 등 군사법 체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김 |  불가피한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군사법 체계가 여러 결함을 드러냈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및 재판이 전개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잖아요. 군이 국민들의 불신으로 초래했고, 그러다 보니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강제로 변화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육 |  군 영창 같은 경우도 국제 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의적 구금’이란 비판을 받다가 결국 영창 제도 자체가 폐지되었습니다.

 

김 |  군대도 결국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변하는 거죠.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이 2023. 6. 20. 오스트리아 의회(비엔나)에서 개최된 군옴부즈기구 국제콘퍼런스 4세션에서 군의 정신건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이 2023. 6. 20. 오스트리아 의회(비엔나)에서 개최된 군옴부즈기구 국제콘퍼런스 4세션에서 군의 정신건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육 |  최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 군인권옴부즈만회의에 다녀오셨는데, 국제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군 인권 문제는 어떤 것이었나요?

 

김 |  이번 회의 주제가 기후변화였습니다. 기후변화는 군의 역할이나 활동에도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결국 그것이 군인권 문제로도 직결되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정신건강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군 인권침해 사고가 발생하면, 정신건강에 손상이 가는 거잖아요. 우리도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육 |  군인권옴부즈만회의에는 유럽 국가들이 많이 참가하는데, 유럽과 한국의 군인권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듯합니다.

 

김 |  굉장히 다르죠. 오스트리아 의회 국방위원장을 따로 면담했는데 오스트리아의 군 규모는 모두 합쳐서 7만 명이 안 되더라고요. 군인들이 모두 출퇴근을 하다 보니 한국처럼 심각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육 |  군인권보호관으로서 재직하시면서 꼭 해야겠다고생각한 일은 무엇인지요?

 

김 |  군인권을 확립하는 것이 군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인권이 보장될 때 만족감 속에서 맡은 직무의 능률도 오르지 않겠습니까. 그런 군대문화의 초석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육성철(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장)
사진. 전재천(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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