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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말하다 [2023.07~08] #1 인권 현안 흐름을 한눈에

 

인권위,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 발간

 

 

민들의 인권 의식이 향상되면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적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시시각각 새롭게 제기되는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 해의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내의 인권상황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개별 인권현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매년 인권상황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에 담을 인권 주제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인권상황모니터링단, 인권위원과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발간자문위원회,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자문 의견 등을 받아 정한다. 참여자에 따라서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누락되었다’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채택된 주제들은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인권 문제 중에서도 주목도와 중요성 면에서 두드러진다고 평가된다.

 

2022년 인권상황보고서에 실린 이슈 중에서 몇 가지 소개할 만한 주요 인권 이슈를 꼽아보자면, 10. 29 이태원 참사, 사회적 참사와 국가의 의무, 아동학대의 관점에서 본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지역 인권 제도의 위축 문제가 있다. 특히 <10. 29 이태원 참사, 사회적 참사와 국가의 의무>는 이 보고서를 시작하는 첫 주제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생명권 영역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 위치한 좁은 골목에 핼러윈 축제로 밀집한 인파가 넘어져 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다. 사고 발생 당시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이 공유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누구라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 참사의 발생 원인과 참사 전후의 대처 등 사고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참사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규명해야 하며,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다. 우리 사회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를 경험했고, 재난·참사를 인권의 관점에서 조망하며 유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왔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재난 안전 관리와 예방체계, 국민 안전을 대하는 국가 지도층의 책임 의식에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나게 되면서 여러 비판이 제기되었다.

 

<아동학대의 관점에서 본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종전의 ‘가족동반자살’을 아동학대의 관점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 문제를 다룬다. 2022년 6월 10세 아동 조○○ 양을 포함한 일가족 실종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국적 관심을 받았는데, 결국 조 씨 부부가 조 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조 씨 부부가 조 양을 숨지게 한 만큼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 등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부 불화, 생활고와 채무 등 경제적 문제, 부모의 정신과적 문제 등이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미성년 자녀(특히 영·유아)를 살해한 후 부모가 자살하는 사건을 ‘가족동반자살’ 또는 ‘일가족집단자살’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며, 다소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관련 사건 기사에 ‘자녀도 비루하게 살 텐데 놔두고 가는 게 무책임’, ‘혼자 못 죽는 부모 심정도 이해한다’는 취지의 가해자를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전히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감을 얻기 시작한 아동학대로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 인권 제도의 위축 문제>는 인권 보호 체계 중 하나인 지방자치단체의 인권기본조례와 인권기구의 폐지 문제에 대해 다룬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8기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원이 출범한 것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대구광역시는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를 폐지했으며, 충청남도는 조직개편 조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인권팀이 있던 자치행정과의 업무를 자치안전실 업무로 이관했고 ‘도민인권 증진에 관한 사항(업무)’을 제외했다. 8월 22일 충청남도의회에 인권기본조례 폐지 청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인권전담부서 조직, 인력, 예산 등을 축소하고 있다.

 

시민의 일상에서 인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인권이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인권보장 체계에서 나아가 지역사회에 인권보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이와 같이 인권조례 또는 지역인권위원회의 폐지, 인권담당부서가 축소되는 상황은 지역 인권의 후퇴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인권기구의 역할과 위상이 변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인권제도를 제대로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주제는 인권상황보고서의 일부분이다. 보고서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가 수록되어 있고, 각 주제별로 현황과 쟁점, 개선방향을 제시하여 누구나 해당 주제에 대해 파악하기 쉽도록 구성했다. 인권위는 이 보고서가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을 이해하고 향후 인권 보호와 증진에 관한 논의를 진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보고서가 여러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해나갈 예정이다.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는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전문을 내려받을 수 있다.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

 

 

글. 오수진(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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