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8 > 인권위가 말하다 > #2 중요한 건 꺾여도 괜찮은 마음!

인권위가 말하다 [2023.07~08] #2 중요한 건 꺾여도 괜찮은 마음!

 

지속가능한 인권 활동을 위한 <2023 인권옹호자 회의> 참관기

 

중요한 건 꺾여도 괜찮은 마음!

 

주에서 열린 2023 인권옹호자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이 자리에는 인권옹호자로서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활동하는 130여 명의 인권활동가들과 국가인권위 직원들이 참여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2개의 강연과 4개의 토크, 인권 주제별 모임과 제주 평화기행을 했는데요. 참여한 모든 분들이 프로그램마다 진심으로 소통하고 고민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첫 순서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한 이석태 변호사의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이석태 변호사는 인권현장에서 법률가와 활동가로 지내왔지만, 최근에는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세월의 흐름만큼 인권현장에도 큰 변화가 있기 때문인데, 인권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회 요소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사회구조는 법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문제와 관계된 법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포괄적인 사회적 변화를 인지하고 상당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권활동가들이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해야 필요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 무리하고 애쓰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미처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을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첫째 날 오후에는 마음열기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활동가들과 소식을 나누고, 다양하게 구성된 테이블에서 새로이 만난 분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공통점과 특징을 찾은 다음, 빙고 게임으로 모두에게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제주와 관련한 퀴즈를 풀고 정답을 말하면 상품을 받기도 했는데요. 서로를 궁금해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행사장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었습니다.

 

둘째 날은 기후위기, 차별대응, 인권교육, 지역인권을 주제로 한 모임이 이뤄졌습니다. 최근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라는 문구를 사용한 강남 아파트 광고를 보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 적나라한 차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골적인 혐오와 배제에 대항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의 보장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에 인권교육 주제에 참여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인권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는 입장이 아니라, 인권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내면화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인권교육의 내용과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인권교육을 바탕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이 한국사회의 인권 향상을 위해 숙고하고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중요한 건 꺾여도 괜찮은 마음!

 

현안별 모임 이후 이어진 <지속가능한 인권활동을 위한 청년 인권활동가들의 토크>도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대다수의 인권단체들이 규모가 작고 자원이 부족해, 청년들이 인권 운동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습니다. 청년들은 ‘인권활동가’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소수의 상근/반상근 활동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의 양과 강도에 지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권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작은 변화와 주변의 좋은 동료들, 인권의 주체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감각 덕분에 인권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토크를 마무리하고 인권운동을 함께하는 이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화이트보드에 붙여 나누었는데요. 가장 인상 깊은 응원은 “중요한 건 꺾여도 괜찮은 마음!”이었습니다. 이 말이 인권활동을 하며 잠시 낙담하고 힘이 나지 않는 순간이 있더라도 주변의 동료들을 보며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꺾여도 괜찮은 마음!

 

제주 평화기행 프로그램으로 4·3 유적지 곳곳을 방문했습니다. 일본 군이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만든 일제강점기 진지동굴과 1949년 1월 2일 오조리 주민 30여 명이 ‘다이나마이트 사건’으로 집단 총살을 당한 우뭇개동산, 서북청년단 특별중대가 주둔하며 성산주민들을 고문한 당시 성산동국민학교 터, 제주 4·3 성산읍 희생자 추모공원이 있는 터진목에서 제주 4·3의 역사를 들었습니다. 터진목에서 내려다보이는 ‘펠롱펠롱 바당(반짝이는 바다)’이 너무 아름다워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무겁게 와닿았습니다.

 

2박 3일의 시간을 모두 소개하고 감상까지 충분히 덧붙이지 못하고 짧은 참관기로 마쳐서 아쉽습니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인권옹호자 회의에 참여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러 오신 인권옹호자분들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배움을 얻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원동력이 되어 우리 사회의 변화와 인권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글. 김경희(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