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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2023.09~10] #4 더 많은 이들이 인권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범죄소년〉 배리어프리 제작 현장에서 강이관 감독과 오현경 배우를 만나다

 

오현경 배우

 

건축에서 장벽(Barrier)을 없애는(Free) 흔한 예가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처럼 배리어프리 영화는 관객이 영화를 감상할 때 걸림돌이 될 만한 장벽이 제거된 작품을 일컫는다.

 

일반 버전의 영화 안에 화면을 설명해 주는 음성해설을 담고, 관객에게 들리는 대사는 현재 어떤 인물이 하는 말인지를 자막으로 제공하며, 화면에 깊이를 더해줄 음악과 소리 정보를 삽입한다. 자막을 집어넣고 소리를 해설하고 있으니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만을 위한 작업인 거 같아도, 자막이 있는 화면을 더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된 작품을 선호할 테니 배리어프리 영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배리어프리 작업은 자신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과 주 조연으로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가 다시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가 흔하다. 감독은 영화를 만들 당시의 고난(?)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배우는 화면에 내레이션을 입힐 때 낯설게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재밌어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작진이 작업 참여를 반기는 것 같다고 곽미현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 상영팀장은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올해 (사)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와 함께 지난 20년 동안 인권위가 기획하고 제작해온 영화들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한다. 인권위는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을 시작으로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 애니메이션 작품인 〈별별이야기1〉, 〈별별이야기2-여섯 빛깔 무지개〉와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시선 사이〉, 박정범, 신아가, 이상철, 민용근 감독의 옴니버스 〈어떤 시선〉까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한다.

 

 

 

첫 번째 영화는 강이관 감독이 연출한 〈범죄소년〉(2012)이다. 영화는 단순범죄를 반복하며 소년원을 드나드는 열다섯 살 소년 ‘지구’가 또 다른 범죄소년이었던 엄마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반도〉, 〈헤어질 결심〉에서 열연해온 이정현 배우와 〈자백〉, 〈십 개월의 미래〉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서영주 배우가 범죄소년에서 엄마와 아들로 분했다.

 

지난 7월 강이관 감독은 영화 〈바이러스〉(미개봉)에서 호흡을 맞춘 오현경 배우에게 〈범죄소년〉 음성해설을 맡아줄 것을 청했다. 오현경 배우가 강 감독의 제안에 망설임 없이 응했던 건 과거 작업에서의 인연도 있지만 범죄소년이 선사한 긴 여운 때문이었다. 〈범죄소년〉 속 엄마와 아들이 사는 세상은 언제까지나 비정할 테고 사람들은 이들에게 끝내 관심이 없을 것이다. “작업에 참여하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이들이 처한 현실을 생각하니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제 목소리가 영화를 볼 때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오현경 배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범죄소년〉은 개봉과 동시에 숱한 화제와 호평을 낳았다. 상복도 많았다. 도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은 심사위원특별상, 서영주 배우는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는 최우수청소년영화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에서는 이례적으로 그해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인 부문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강이관 감독은 배리어프리 버전 작업이 너무 반갑다며 20년간 인권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감독들이 우리나라 인권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헌신해 온 시간을 언급했다.

 

제작이 완료되면 인권위는 오는 11월에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를 개최하고, 12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는 특별상영회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인권위는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글. 김민아(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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