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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이야기 [2024.03~04] 2023년 어둠 속에서 피어난 희망

 

2023년 어둠 속에서 피어난 희망

 

2023년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무력 분쟁으로 기억될 한 해였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는 비극이 벌어졌으며, 인권옹호자들과 국가인권기구들의 활동도 위축되었다. 기후위기는 모두의 삶을 위협했고, 코로나19로 인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빈곤율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 희망은 살아 있었다. 네팔 대법원은 처음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고, 가나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기도 했으며, 각지에서 구금된 인권옹호자들이 풀려나는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국제인권동향은 2023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인권 이슈들을 돌아본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무력 분쟁

 

2024년 2월 16일 기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무력 분쟁은 133일째 진행 중이며, 민간인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가자 지구에서는 약 2만 8천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약 1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1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내 난민이 되었다. 이스라엘 측도 1,200여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약 6,6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에는 160명의 유엔 직원, 124명의 언론인도 포함되어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발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여성, 아동, 노인 등을 포함한 민간인 피해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국가인권기구가 없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으로부터 A등급을 받은 인권위가 활동 중이다. 분쟁이 격화되면서 인권위 직원의 일가족 12명이 희생되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 인권위는 가자 지구 내에서 인권상황을 기록하고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무력 분쟁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종식되기를 기대한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무력분쟁에 대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의 일일 자료 브리핑: https://www.unocha.org/occupied-palestinian-territory

 

2023년 어둠 속에서 피어난 희망

 

뜨거워지는 지구 살리기,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일

 

2023년, 세계기상기구는 2023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고 발표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 위기 속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2023년 11월 두바이에서 열렸다. COP28에서는 화석연료 폐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최종 합의는 화석연료 퇴출(phase-out)이 아닌 화석연료로부터의 에너지 전환(transitioning away)으로 이뤄져 많은 환경 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23년 두바이, 2024년 아제르바이잔, 2025년 브라질 등 대표적인 산유국들이 연달아 의장국을 맡으면서 화석연료 퇴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하와이주 대법원은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제기된 ‘후 호누아’ 기업과의 납품 계약을 취소한 하와이 공공사업위원회 결정에 손을 들어주며 보충 의견을 통해 안정적 기후에 관한 권리가 환경권뿐만 아니라 생명권과 자유권에도 포함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나아가 파리협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 저감 목표는 정치적 결정일 뿐, 사법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낮게 책정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와이주 대법원의 결정과 보충 의견은 기후 위기의 핵심을 인권 문제로 보았으며, 파리협정보다 더 나아간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인권위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기후변화와 인권 코커스에 가입하는 등 기후 위기로 발생하는 인권 문제 대응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2023년 어둠 속에서 피어난 희망

 

성소수자 운동의 승리

 

2023년 6월, 네팔 대법원은 모든 동성과 성전환자 커플의 혼인 신고를 허용하라는 임시 명령을 정부에 내렸다. 이 명령은 성전환자라고 밝히면 법적으로 그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2007년의 대법원판결 이후 내려진 중요한 결정이다. 물론 법적 제도가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이행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작년 11월 말, 네팔에서는 성소수자 부부의 혼인 신고가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네팔은 남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성소수자들의 혼인을 인정한 국가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지난 7월,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기반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해를 높이라는 내용의 법안이 최초로 통과되었다.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100개가 넘는 단체와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으며, 십만 명 서명 운동도 진행되었다.

 

일본에서 아직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는 않았으나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이번 법안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2024년 22대 국회가 개원한다. 성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더불어 인권위가 오랫동안 노력해 온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새로 개원하는 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 백가윤(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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