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깊이읽기 [2021.07] ‘약자’에게 ‘약한’ 군사법제도
글 김정민(변호사, 15회 군법무관시험)
사법은 재판과 거의 같은 말인데, 재판은 크게 보아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확인·집행하는 민사재판과 국가가 국민에 대한 형벌권을 확인·집행하는 형사재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재판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법관이 신분을 보장받는 상태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것을 본질적 요소로 한다(이를 ‘사법의 3요소’라 한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법원에 형사재판권을 부여하는 한편, 형벌권을 행사할 때 적법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것은 입헌주의의 본질적 요소이다.
우리 헌법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사법권을 부여하고(헌법 제101조 제1항), 사법의 3요소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재판을 관할하는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하면서도, 군사법원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을 모두 법률에 위임하는 바람에, 군사재판제도가 입헌주의 원칙에서 벗어날 위험성이 매우 높다.
군사법원법, 군판사의 신분부터 보장해야
헌법 제27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군인 또는 군무원은 평시에도 모든 범죄에 대해 군사재판을 받게 될 수 있다.
실제로 군형법과 군사법원법은 군인 또는 군무원의 형사재판은 모두 군사법원에서 관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처럼 군인 또는 군무원의 모든 형사사건을 “軍事”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군사법원법은 군인·군무원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군인으로 구성되고 각급부대에 설치된 군사법원에 부여함으로써, 군사재판제도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 제1항에 중대한 예외가 되었다. 헌법 제11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특별법원”이 이런 의미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비록 군판사의 자격이 법관과 동일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군사법원법 제21조 제1항), 군판사에 대한 인사는 일반 군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신분보장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군판사는 군법무관의 보직에 불과하기 때문에 군사법원법 제23조 제5항만으로는 충분한 신분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행 군사법원 제도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보통군사법원은 국방부장관 직속으로 설치하되, 철저히 신분이 보장되는 군판사가 담당하도록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군검찰제도의 허점과 나아갈 바
헌법은 영장신청권을 검사에게 부여하면서도 검사의 자격이나 소속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검찰청법은 각급 검찰청을 독립하여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다만 법무부장관이 검찰사무에 대한 일반적 지휘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검사는 법관과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유사한 신분보장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군사법원법은 각급 검찰부를 부대에 설치하고, 군검사는 해당 군검찰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에게 소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분보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현행 군검찰제도는 적어도 군사법원제도와 유사한 정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군검사도 군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임명해야 하고, 군판사와 동일한 정도의 신분보장이 부여되어야 하며, 국방부장관(또는 각군 참모총장)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가 군사경찰분야이다. 현재 군사경찰업무는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공군 이중사 사건”에서도 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군사경찰대대장이 지휘관 입맛에 맞게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시장이 경찰서장 목줄을 쥐고 있다면 경찰이 시청직원들 비위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민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종국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하여 민간법원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군사법원, 군검찰, 군사경찰 모두 일선 지휘관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