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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삶을 말하다 [2018.08] 강은 흐른다 - 금강지킴이 김종술

글 최준석 사진 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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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강을 떠올린다. 지난 몇 년의 강은 여름마다 ‘녹차 라테’를 만들어 냈다. 권력의 지형이 달라지고 이곳저곳에서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의 처벌을 주장하다 그마저 다시 시들해졌다. 그 와중에도 강은 흐른다. 우리는 상처를 안고 흐르는 강의 속살이 궁금했다. 초여름 금강변에서 금강지킴이 김종술 씨를 만났다.

 

기자 그리고 금강지킴이

“4대강의 16개 보 중에서 금강에는 4개의 수문을 열었다가, 백제보는 주변 농민들의 반대로 개방한지 얼마 안 돼서 다시 닫았습니다. 현재는 세종보와 공주보의 수문을 열고나서 수질이 조금 좋아진 것 같지만, 정확한 것은 측정해봐야 합니다. 지금은 수면에 가까운 곳의 오염물질이 떠내려가는 정도이고, 아직 밑바닥에 쌓인 뻘들과 오염물질까지 제거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예요.”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땡볕이 내리쬐어도 매일같이 금강을 오르내리는 김종술 씨는 인사처럼 금강의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4대강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큰빗이끼벌레를 처음으로 발견하고 우리 사회에 알린 사람이 그다. 물고기가 녹조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먹어보기도 했다. 2012년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서 죽은 물고기가 1만 마리, 3만 마리라고 주장할 때 그는 마대자루에 죽은 물고기를 퍼 담아가며 물고기가 60만 마리나 된다고 주장했다. 기자로 활동하는 그는 ‘기사는 손이 아니라 발로 써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왔다. 그러기에 금강과 관련해서 1,000건이 넘는 기사를 썼음에도 한 번도 소송을 당하거나 언론중재위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공주와 아무 연고도 없는 그는 왜 금강을 지키고 있을까?

“2004년에 금강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공주에 들어와서 지역 인터넷 언론을 인수할 때까지는 특별한 게 없었어요.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생각한 것과는 너무 반대로 가더라고요. 더 깊이 보니 기자로서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도 너무 많았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왔고, 저를 금강지킴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사실을 보도하는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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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금강 상태를 보여주는 두 생물 댐이나 호수 등 정체 수역에 사는 큰빗이끼벌레는 아직도 금강 바닥에 가득하지만 보를 열면서 모래가 드러나자 꼬마물떼새가 알을 낳았다. 강이 흐르면 큰빗이끼벌레는 사라지고 꼬마물떼새는 많아질 것이다.

 

금강은 지금이라도 살아날 수 있을까?

그간 녹조와 부유물로 완전히 오염된 사진들을 본 터라 지금의 금강에 희망이 있는지 궁금했다. 금강의 과거를 본 적 없는 이에게 강의 겉모습은 여전히 평화로워 보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희망이라는 것을 전혀 볼 수 없었죠. 4대강과 관련해서 어두운 터널이었다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면서는 터널의 끝에 와 있어서 그 끝 어디쯤 자그마한 빛이 보이는 거죠. 일단 수문을 열고 보의 존치 문제도 한번 논의를 해보겠다고 했으니까. 보 철거는 시작일 뿐이죠. 또 한편으로 제가 최근에 희망을 갖는 것은 보 개방이후 꼬마물떼새가 돌아왔다는 거예요. 그놈은 모래가 있는 곳에 사는데 보를 개방하면서 물에 잠겼던 모래가 조금씩 나타나고 그 모래를 찾아서 꼬마물떼새가 돌아와 알을 낳았어요. 그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래도 약간의 희망이 생기기도 하죠.”

희망이 보이는 것과 동시에 그는 또 다른 두려움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했듯이, 관료들이 이른바 ‘4대강 재자연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건설작업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강의 입장에서는 또다시 똑같이 상처받는 겁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준 상처를 자연은 스스로 치유력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놔두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유가 됩니다. 그런데 재자연화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자연을 건드는 순간 이 강은 또 망가지고 다시 상처 받게 되는 거죠.”

일부 보가 개방되고 관련 감사가 다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 어떤 이들은 책임자를 처벌하자고도 하고 다른 이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도 한다. 긴 시간동안 금강을 지켜온 그에게 의견을 묻는 이도 있다. 그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어떤 사람들은 정책적인 얘기를 해달라고 하는데, 정책은 제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전에도 사람들에게 강을 안내하고 나면 정부 측 얘기도 들어보라고 백제보에 있는 수자원공사 사무실에 안내해주곤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다 나쁘다고 하고 정부 측에서는 다 좋다고 하잖아요. 특히 학생들에게는 주입식으로 얘기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어요.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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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자연 그리고 사람

김종술 씨를 따라 백제보까지 가는 동안 강 주변의 둔치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봤을 때는 잘 정돈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제법 큰 풀들이 웃자라 있었고 나무도 군데군데 심겨 있었다. 어떤 곳은 몇 대의 포크레인이 땅을 파헤치는 중이기도 했다.

“저 건너편에 올해 유채 심었어요. 그걸 심었다고 누가 이 외딴곳에 그걸 보러 오겠어요. 금강 주변의 환경 정비를 한다고 어떤 곳은 생태공원을 만들었다가 안 되니까 축구장을 만들었다가 이젠 또 꽃 심는다고 땅을 밀어요. 그러면 그곳에 사는 야생동물이 제초제와 소음을 피해 엄청나게 위로 뛰어 오르고 또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해요.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겁니다. 지자체장들이 자기 실적으로 쌓는다고 이것저것 하면서 돈만 쏟아붓는 꼴이죠.” 강을 훼손함으로써 단순히 강만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니었다. 강에 의지해 살던 동식물들이 제각각 거처를 잃고 이리저리 떠돌았고, 강에 의지해 살던 사람들의 삶도 각박해졌다. 다들 보를 열고 있는데 백제보는왜 열었다가 다시 닫는 걸까?

“보가 생기면서 수심이 올라가니까 그 주변의 농민들이 높아진 만큼의 지하수를 이용해 비닐하우스 수막재배 농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보를 개방하면 수심이 낮아져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니까 농민들이 반발해서 다시 닫았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농민 간의 갈등이 생겨요. 수막재배하는 농민들은 보를 열지 말라고 하고, 그 주변에서 벼농사 짓는 다른 농민들은 더러워진 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까 빨리 열라고 요구하죠. 그리고 녹조가 심할 때는 펄스 방류라고,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일괄로 하구 둑까지 열어서 방류를 했는데, 세종, 공주, 부여에 있는 녹조가 흘러가서 서천에 다 쌓여버려요. 그래서 서천 농민들은 난리가 난거죠. ‘우리는 녹조로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냐’면서 엄청나게 반발했었죠. 그러면서 그게 바다까지 흘러가요. 결코 바다에 좋을 일이 없죠. 일종의 해양 투기죠. 바다도 상처를 입는 거예요.”

취재 일정의 마지막, 백제보에 있는 작은 공원에 들렀다. 공원 한가운데는 조형물의 형식으로 기념탑이 서있었다. 김종술 씨는 기념탑을 소개하며 꼭 사진을 찍으라 당부했다.

“이 탑이 이명박부터 4대강 사업에 참여해 훈·포장을 받은 사람들 이름을 적어 넣은 탑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탑을 허물지 말았으면 해요. 기억하게 해야죠.”

얼핏 보기에도 수백 명은 되어 보였다. 그에게 몇 명이나 여기에 있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다 세어보지도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의 삶에 대해서 알고 싶었지만, 결국 그것은 금강이었다. 금강이 현재 그의 삶 자체이므로 금강을 보는 것이 그의 삶의 지금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금강이 회복되어야 하듯 금강으로 인해 상처받은 그의 마음이 아물기를 바랐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강을 많이 찾았지만 4대강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아예 멈춰버렸어요. 다시 사람들이 강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쁜 모습이든 좋은 모습이든 사람들이 평가하고 문제가 있으면 지적해서 바꾸는 거죠. 보를 개방하더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누군가는 또 강을 훼손하려고 할 겁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와서 보고 만지고 느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한번이라도 더 얘기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야 다른 사람이 한번이라도 더 강에 오게 되고 강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사람들의 관심이 강을 강답게 만드는 거라고 봅니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한겨울 시린 바람에도 금강을 지키는 그의 바람이다. 그는 늘 그 자리에서 강을 지킨다. 그렇게 강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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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재배 :
이중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겉면에 12~15도의 지하수를 뿌려 수막을 형성함으로써 보온을 가능케 하여 작물을 키우는 방법. 겨울철에 실시하는 재배 방법의 하나이다.

 

최준석 님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금강지킴이 김종술씨가 보가 열려 녹조가 많이 걷힌 공주보 둔치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과, 강물이 흐르지 못하면서 수질이 오염되서 녹조를 먹고 사는 큰빗이끼벌레와 보에 갇혔던 물이 빠지면서 모래사장이 드러난 곳에 꼬마물떼새가 4개의 알을 낳아 부화를 기다리고 있는 사진, 공주보를 열은 후 살아나는 금강의 전경 사진, 강물아 흘러라 라는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입은 김종술 씨의 뒷모습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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