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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이 아니다

[특집] 생각하기 [2020.11]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글 이진혜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일상, 드러나는 소외와 배제

기이했던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한 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에 타고 있는 모습, 난생 처음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서 화면으로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할 때의 느낌, 모든 방문 장소에서 QR코드를 찍거나 인적사항을 남기는 일 등, 낯선 풍경이 우리를 감싼 한 해가 어느덧 저물어 갑니다. 이주민들에게 법률 상담, 소송 구조,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지원하는 ‘이주민센터 친구’의 상근 변호사로서, 변화하는 풍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알게 모르게 애를 많이 쓴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이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흔히들 “코로나19가 기존의 사각지대를 더욱 명확하게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 말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기존의 사회보장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코로나19 긴급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 일쑤였습니다.

그 시작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이었습니다. 유행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는 사재기 등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지정 약국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지정약국들은 한 사람이 여러 번 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관리 시스템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신분증으로 확인한 후 판매하였습니다. 그러자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이주민들, 외국인 등록이 되지 않아 등록번호가 없는 이주민들은 마스크 구입이 불가능했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거의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월 12만원이 넘는 지역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사보험에 가입하고 있었습니다. 약국마다 줄을 길게 늘어서서 마스크를 구입하는 대한민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어 2주 넘게 일회용 마스크를 써야한다거나, 집 밖으로 차마 나가지도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였습니다.

2020년 4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코로나19의 유행이 공중보건 위기 상황 하에서 이미 취약하거나 소외된 사람 및 지역사회에 과도하게 큰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위 사무소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공중 보건 및 코로나19 회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주민의 신분과 상관없이,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필수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낙인과 차별에 더욱 취약한 이주민에 대한 혐오가 증가하지 않도록 국가가 세심하게 구체적인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한 공포와 피로 그리고 바이러스에 대한 혐오를 이주민에게 전가하는 사례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외모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서 야유, 희롱, 물리적 · 언어적 폭력 피해를 입는 한국인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럽의 한 대학에서는 유행 초기 한국 국적 학생들에게 등교 제한을 지시하여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학생들이 출국을 한 적도 없고, 한국에서 당시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한 것입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기사에 혐오 표현과 욕설 등 악성 댓글을 다는 경우는 물론이고, 학교에서 이주 배경 학생에게 ‘코로나!’라고 별명을 붙이고 놀린다거나, 길을 가는 이주민에게 술에 취해 욕설과 함께 코로나를 퍼뜨린다며 모욕을 주는 범죄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세심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요?

 

2020년 4월 2일 전국이주인권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재난 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0년 4월 2일 전국이주인권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재난 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부의 재난 지원금 정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

정부 정책 영역에서 이주민 배제와 차별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가령 앞서 살펴본 ‘공적 마스크 배분’ 이 적극적 배제라기보다는 사각 지대를 해소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 재난 지원금 정책들은 적극적으로 이주민을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각각 ‘서울시 재난 긴급 생활비 지원 대책’,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 지원 대책’을 발표 및 시행하였습니다. 서울시 대책은 중위 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30만~50만 원의 긴급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고 외국 국적자의 경우 1)외국인 등록이 되어 있을 것, 2) 한국 국적자와 혼인 또는 가족 관계에 있을 것 3)주소지가 서울일 것 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지원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경기도 대책은 경기도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외국인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결혼 이주민과 영주권자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였습니다.

해당 정책들의 목적은 코로나19로 생계가 곤란해진 피해 계층에 긴급지원을 통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서울시 대책은 기존 지원 정책의 사각 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더욱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소득기준을 통과한 주민을 그 지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문제는 해당 정책들이 지원대상에서 외국 국적자를 ‘국민과 가족 관계가 있는 경우’ 또는 ‘영주권 소지자’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배제함으로써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였다는 것입니다.

지방자치법상 외국인도 주소를 가짐으로써 지역의 주민이 되고, 주민등록 제도에 편입되지는 않았더라도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등록 시 주소지를 신고하고 주소 변동 시 거소 이전 등록을 하는 등 주소지를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주민임을 입증할 수 있는 등록 외국인도 주민으로서의 동등한 대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인과 가족 관계를 형성한 자에 대해서만 지원 대상으로 보는 것 역시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합니다. 한국인의 가족이 아닌 자에 대하여 지원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볼 정당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소비 활동을 하는 경제 주체로서의 이주민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 목적 달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주민이 밀집하여 거주하는 지역의 상점에서는 재난 지원금의 사용이 저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는 지자체 내 지역 차별로까지 나아가게 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여러 이주민 당사자들과 이주 인권 단체들이 힘을 합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난 긴급 지원금 정책을 수립 · 집행하면서, 주민으로 등록되어 있는 외국인주민을 달리 대우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평등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재난 긴급 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을 배제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고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취업 활동이 가능한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에 한하여 재난 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였고, 경기도는 이후에도 지원 대상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지원금 지급 이후,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재난 지원금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지원금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혼인 이주민과 영주권자만 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고, 그 외의 외국국적자는 모두 제외하여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장기 체류 외국인 등 당사자들의 인권위 진정이 줄을 이었으나, 이번에는 차별이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재난 지원금 정책의 취지와 목적, 그리고 지원 필요성 등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이 아닌 ‘국민’에 지원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혼인 이주민 및 영주권자와 그렇지 않은 외국 국적자를 차별 취급하여야 하는 합리적 근거는 부재합니다.

 

2020년 4월 2일 이주 공동행동 등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년 4월 2일 이주 공동행동 등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차별 없는 한국 사회를 꿈꾸며

한국에서 이주민은 취약 계층이기 때문에,이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인권위에 진정하는 등 차별에 저항하는 것일까요? ‘이주’라는 경험만으로 열악한 사회적지위에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득도 생활 수준도 천차만별이겠지요. 그러나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일할 수 없고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아동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 이주민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 더욱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적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세계시민으로서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인권(더 나아가 전 세계인류의 보편적 인권)을 보호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국적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는 영역에서 차별을 정당화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재난지원금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합리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차별은 단순히 개별 사안에서의 차별을 넘어서 국민 전체, 더 나아가 세계 사회 전반에 대한민국의 태도와 시각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발생시킵니다. ‘외국인이니까 차별해도 돼’ 라는 메시지가 가진 위험성은 인종차별로 인하여 극심한 갈등을 겪은 여러 나라의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서, 공공의 영역에서 더더욱 차별에 유의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이 승인한 차별이 되는 것이니까요.

공공 영역 외에도 민간 영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주민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해 주는 사업을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이주민센터친구도 작은 규모나마 이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시 후원금을 모집하기도 하고, 보다 큰 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하기 위해 이주민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먼 곳에서 달려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분들가운데는 암에 걸려 치료 및 회복 중에 있는 분들도 있고, 자녀와 부모를 부양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후 재취업을 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학 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비행기가 없어 떠나지 못하고 한국에서 생활비도 벌지 못 한채 배를 곯고 있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NGO 활동가들이 선별 심사를 위한 서류 작업과 지급절차를 지원하느라 밤새워 일하였지만 민간 영역의 지원금이 많지 않아 모든 분들께 지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원 금액이 적지만 너무나 소중하고 필요한 돈이었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는 이주민들도 있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무력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겁습니다. 혐오와 차별은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쉽게 발견하기도 어렵습니다. 코로나19라는 뙤약볕이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어서 비로소 보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미세한 침으로 콕콕 찌르듯이 괴롭힙니다.

공공 영역에서의 차별은 차별금지법 제정 이전부터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한 구제 절차 등을 통해 다투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것이 차별인지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하루빨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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