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 > [특집] 생각하기 > 디지털 씨, 친절 좀 하자고요!

[특집] 생각하기 [2021.01] 디지털 씨, 친절 좀 하자고요!

글 김미나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장)

 

디지털 씨, 친절 좀 하자고요!

-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는 노인이건만 왜 노인을 위한 대안은 없나?

 하나, 삐딱한 시선

하나, 삐딱한 시선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그동안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볼 수 있었던 것을 볼 수 없게 되고, 만날 수 있었던 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온통 ‘멈춤, 멈춤, 멈춤’의 시대다. 이렇게 살아 낸 세월이 어느덧 1년이 되었다. 방역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상의 동선이 축소되고 단순해지는 사이, 우리네 문화 또한 달라져 간다.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기 위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예전처럼 만날 수 없으니 예전같지 않게 만나는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초·중·고·대학교 수업, 종무식과 시무식, 사내 교육, 회의, 행사, 심지어는 모니터링이나 업무 평가까지도 컴퓨터·노트북을 앞에 두고 각자의 자리에서 화상으로 진행한다.

학교와 일터뿐일까? 각종 음악회와 연극, 여행까지도 랜선을 통해 이루어진다. 야구, 축구 등 스포츠도 무관중 경기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이제 세상은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노인 관련 이용 시설은 어떠한가?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노인 이용 시설은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폐쇄’ 상태다. 부분적으로 식당을 연 곳이 있기는 하나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름 아이디어를 내어 찾아가는 서비스, 비대면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제공하기는 하나, 기관 차원에서의 임시방편일 뿐, 정부 차원의 노인 관련 제도는 여전히 미비한 현실이다.

이쯤 되니 슬그머니 삐딱한 생각이 올라온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는 노인 세대이건만 도대체 왜 노인을 위한 대안이 이렇게나 지체되는 걸까? 노인이 아닌 다른 세대를 위한 제도적 대안 모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실제적인 고민과 움직임이 덜한 것은 아닐까?

혹시 학령인구가 아니니 집에 있어도 되고, 생산인구가 아니니 활동하지 않아도 되고, 통제 불가능한 집단이니 정말 ‘폐쇄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도 노인 세대를 오로지 효율의 가치로 판단하고, 이들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하는 ‘차별 바이러스 감염자’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둘, 민망하게 만드는

“어르신! 연락 못 받으셨어요?”

“무슨 연락? 못 받았는데?”

“오늘 문 안 연다고 연락 다 드렸을 텐데요~”

“응? 그래? 내가 문자를 안 봤나?”

“에고~ 어째요. 어르신!”

“아냐~ 괜찮아”

어떤 생각이 드는가? 문자를 안 본 것이 잘못이라고? 노인들은 이 정도의 일에 상처받지 않는다고? 시간이야 많으니 헛발질하고 돌아가도 된다고? 과연 그럴까? 아침부터 외출 준비를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중교통을 타고 힘들게 도착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어떤 생각이 오갈까? 육체적 힘듦은 물론 자신을 안쓰러워하는 시선을 뒤로 한 채 뒤돌아서야 하는 민망함, 남들 다 쓰는 핸드폰조차 잘 다루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떨어지는 자기 효능감, 무력감, 자괴감..

오히려 과거 잘 해 왔던 경험이 있으니,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음에서 오는 상실감은 보다 더 큰 법이다. 다른 세대에서 볼 때는 별 것 아닌 사건으로 보이겠지만 노인 자신에게는 물리적 에너지, 심리적 에너지가 크게 소모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면 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이 일어나겠는가? 이로 인한 무력감에서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또 사회적으로는 어떤 파장이 있을 것인가? 사회적 간접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가?

 

셋, 어려운 매우 어려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 회선이 약 6963만 개, 스마트폰 회선은 약 5182만 개(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총인구수는 5183만 9000명)에 달해 한국 성인 스마트폰 사용률은 자그마치 93%인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한국정보화진흥원 ‘2019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 중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64.3%)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도 31개 시·군내 58개소의 경기도 노인상담센터 운영 방식은 기존 대면 상담 중심에서 비대면 전화 상담으로 전환되었다. 이를 계기로 노인들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어려움의 양상이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되었다.

작동 방법이 어려워 가장 간단한 전화와 문자 기능만 사용하는 경우, 번호를 암기하고 누르는 것이 어려워 저장된 단축 번호로만 사용하는 경우, 데이터 비용 때문에 2G폰만 사용하는 경우, 손가락이 건조하고 지문이 없는 탓에 스마트폰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청력문제(기계음 난청)로 사용을 못 하는 경우 등 비대면 시대가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을(알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많은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쯤 되면 굉장히 당혹스럽고 난감해진다. 스마트폰 하나 사용하는 데 이리도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니!

 

디지털 씨, 친절 좀 하자고요!


넷, 매우 불손한 시선

‘그게 바로 노인이네 어쩌겠어?

늙어 가는 징조이니 수용해야지’

정말 그래야만 하는가? 노인 스스로 수용하고 포기하면 되는 일인가? 우리도 함께 그러려니 하면 되는 일인가?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전달되는 시대에 디지털 기기를 다룰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통계청의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1인 가구(614만 8000가구)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열 가구 중 세 가구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93만 3000가구(15.2%) ▲70대 69만 6000가구(11.3%) ▲80대 43만 5000가구(7.1%) 등이다.

노인 가구의 고독사도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2020년 6월 기준 65세 이상 고독사는 ▲2016년 735명(40.4%) ▲2017년 835명(41.6%) ▲2018년 1067명(43.6%) ▲2019년 1145명(45.1%) ▲2020년 6월 기준 388명(42%)이다.

혹서기-혹한기 안전 안내, 재난 대피, 코로나19 방역안내, 이용 시설 안내 문자, 소소한 일상의 안부에서 속 깊은 마음을 나누는 심리 상담, 고독감, 우울, 불안까지 이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외를 넘어 소통의 단절, 나아가 안전과 생명의 위협과도 직결된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성찰하고 노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부터 뒤집어야겠다 싶다.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고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이 시선이 몹시 불친절하고 불손하다.

노인의 체력이 점점 저하되고, 활동량도 활동 반경도 점점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병리 현상이나 이상이 아니다. 새로운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고 헤매는 것 또한 당연하다. 아이들이 글자를 모르는 것이 무능력해서도 아니고, 지능이 낮아서도 아니듯, 노인들의 이런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답은 간단하다. 교과서와 그림책이 나이별, 단계별로 나와 있듯 디지털 기기도, 사용 안내서도 수준별 눈높이에 맞춰 제작·보급하면 될 일이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여겨지는 일들이 왜 노인에게는 그리도 인색한가? 어느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이 왜 어느 세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는가? 마땅히 차별이고 불평등이다.

 

다섯, 마음에서 마음을 잇는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러워라거늘 짐을조차 지실까”

반갑게 눈여겨본 소식 하나.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발표한 ‘코로나 시대, 디지털 소외 없는 서울을 만드는 디지털 역량 강화 종합 대책’은 노인 친화적인 큰 화면과 가벼운 무게의 스마트폰 개발과 월 2만 원 이하의 저렴한 이용 요금으로 1.5GB 데이터와 무제한 음성·문자 서비스를 제공, 나아가 스마트폰 기초 교육까지 진행하는 ‘어르신 맞춤형 스마트폰’ 정책이다.

두 번째 반가운 소식은 경기도의 ‘노인 심리 방역 상담정책’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노인상담은 소위 코로나 블루라 일컫는 우울 예방을 위해 대면 상담 중심에서 비대면 재난·위기·심리상담 체제로 전환 진행해 왔다. 2021년부터는 경기도 노인 눈높이 맞춤 상담을 통해 교통 취약층인 노인들이 이용 시설을 찾아오지 않아도, 심리·사회적 취약 시간대인 야간 시간까지 디지털을 매개로 전화, 화상, 문자, 사이버 등을 통해 365일 24시간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 재편한다.

반갑고 또 반갑다. 이 두 사업을 함께 진행하면 참 친절한 디지털 소통 사업이 될 것 같다. 한 걸음 섬세하게 추가한다면, 노인 1인 가구는 몰입을 넘어 중독의 가능성이 농후한 환경이기에 노인 스마트폰 중독 예방도 고려했으면 싶고, 나아가 가짜 뉴스 가려보기 등을 포함한 건강한 디지털 활용 교육도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다.

 

여섯, ‘친절한 디지털 씨’가 되어

정보화, 글로벌화, 핵가족화, 저출산 등 사회적 변화과정 중 고령자의 외로움과 이로 인한 고통은 당분간 심화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고립의 연령대별 격차가 가장 높다. 지난 10년간 어려울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이 독일, 미국, 일본은 5~12% 정도인 것에 비해 한국은 20%를 넘는다.

더욱이 노인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혼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취약하고 사별과 잦은 만성질환 발병으로 고립과 외로움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NASEM, 2002)한다.

사회적 고립은 개인적 차원에서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사회 차원에서는 사회의 질을 저하시키는 경향(통계청, 2019)이 있기에 노인 등 사회적 고립 집단에 대한 상담 등 지지 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는 일상적인 교류마저도 차단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반갑고 다행인 것은 이런 외로움과 고립을 해소할 도구가 있다. 노인 가구에 PC는 없어도, 집전화(로컬폰)는 없어도, 노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게 있었으니 바로 디지털 손전화(2G, 3G스마트폰)다.

우리는 이를 적극 이용하면 될 일이다. 전국 방방곡곡 365일 24시간 소통과 안전과 생존의 끈을 이을 수 있도록 디지털 시대로 노인들을 적극 초청할 일이다.

노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친절한 디지털씨’가 되어!

 

“어르신! 오늘 마음의 날씨는 어떠세요?”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