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사적 신상공개의 의미
1. ‘사적 제재’와의 관계
사적 신상공개 관련 논의에서는 ‘사적 제재’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므로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보통 사적 제재는 ‘개인에 의한 복수’를 말한다. 그 유형으로는 물리적 가해, 언어적 비난과 명예훼손성 정보의 유포, 온라인상 공격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고 눈에 띄는 유형이 사적 신상공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논의는 ‘사적 신상공개 = 사적 제재’인 것으로 상정하기도 한다.
사적 제재는 복수 감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특징이 있고, 그 결과 과도하게 이루어지거나 별개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사회적 이목을 ‘개인에 대한 응징’에만 집중시킴으로써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구조적 원인 분석·대안 제시 등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국가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한다. 이러한 위험성이 국가와 사회가 사적 제재를 금지하고, 공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에 의한 처벌만을 유일한 제재 수단으로 두는 이유이다.
오늘날 사적 신상공개로 지칭되는 사례들은 단순히 개인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정보를 퍼뜨리고 다수의 누리꾼으로 하여금 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문자, 전화를 통한 협박, 악플 등)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사적 신상공개는 사적 제재의 한 유형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적 제재란 ‘국가 또는 법률에 따르지 않고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벌을 주는 것’이고 회사의 징계, 학교·가정의 훈육 등 벌이 아니라, 복수 또는 보복의 맥락으로 이해된다.
현대 사회에서 사적 제재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사적 신상공개는 사적 제재의 대표적인 한 유형으로 이해되고 있다.
2. ‘사적 신상공개’ 용어의 의미
일반적으로 ‘신상공개 제도’라고 하면,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약칭: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의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피고인 신상공개 제도’(이하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일컫는다.
‘사적 신상공개’라는 용어는 2020년을 전후로 등장한 신조어이다. 아직 ‘사적 신상공개’라는 용어의 의미가 통일되게 정립된 것은 아니다. 이 용어는 2018년 ‘배드파더스’, 2020년 ‘디지털 교도소’ 사례 이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지칭하기 위해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 수사기관의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와 대비하여 사용된다.
이 리포트에서는 ‘사적 신상공개’를 ‘공적 기관이 아닌 주체가 온라인을 통해 특정인이 일탈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름, 사진, 연락처 등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보고자 하며, 이하에서는 그 개념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사적 신상공개란 ‘공적 기관이 아닌 주체가 온라인을 통해 특정인이 일탈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름, 사진, 연락처 등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인의 행위라는 점(주체), 공개대상자의 일탈행위를 주장하며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점(공개 맥락), 공개자가 ‘사회적 심판’ 등과 같은 특수한 목적을 내세우는 점(목적과 동기), 온라인·디지털 공간을 통해 신상정보와 공개대상자에 대한 비난이 유포·확대되는 점(정보 공개 공간)에서 개념적 특징이 있다.
3. 사적 신상공개의 개념 요소

[사진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가. 주체의 특성 : ‘공적’ 신상공개와 대비되는 ‘사적’ 신상공개
‘사적 신상공개’는 ‘공적 기관이 아닌 주체’(‘사인’)의 행위라는 점이 핵심적 특징이다. ‘공적 기관’이란 경찰, 검찰, 중앙행정기관 등 국가기관을 말하고, 넓게 보면 공적 책무가 부여된 언론기관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한 사적 신상공개 주체(이하 ‘공개자’)는 주로 아래와 같다.
-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 각 채널 운영자
- 웹사이트 운영자 또는 운영진
- 엑스(X·옛 트위터), 텔레그램 등 SNS,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등 해당 사건의 관계자
공개자 중 최근 두드러지는 사례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채널로 소위 ‘사이버 렉카’ 1)들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밀양 성폭행 사건’ 등에 대한 유튜브 채널의 신상공개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례로는 ‘배드파더스’, ‘디지털 교도소’가 대표적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에 의한 신상공개 사례는 상당히 빈번한 것으로 추정되며 잘 알려진 사례로는 2024년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공개가 있다.
한편, ▲피해자가 본인이 겪은 피해와 관련하여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거나, 신상공개를 주된 목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웹사이트에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등이다.
나. 공개 대상이 되는 정보인 ‘신상정보’와 ‘일탈행위’, 공개의 맥락
‘신상정보’란 얼굴, 이름, 나이, 연락처, 주소 또는 거주지역, 직업 및 가족관계 사항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사적 신상공개는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맥락에서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
우선, 공개자는 공개대상자의 일탈행위를 주장한다. 여기서 ‘일탈행위’는 공개자가 주관적 인식으로 본 공개대상자의 문제 행동이며, 실제 법적·사회적 평가와는 다를 수 있다. 범죄, 갑질이나 문제가 있는 발언, 채무불이행 등 반사회적 행위뿐 아니라, 공직자(하급직 공무원)의 업무 행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을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가족, 연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한다.
둘째, 사적 신상공개로 지칭되는 사례는 대부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에 관한 경우이다. ‘공인’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에 관한 사생활 폭로나 이들이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질 때는 ‘신상공개’라는 용어가 사용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2)
셋째, 특정인의 잘못이나 과거 발언 등을 의도적으로 찾고 유포하는 사례와는 구분된다.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사고에 관련된 사람 등을 대상으로 이들의 과거 발언·잘못을 찾아 유포하며 그 사람이 마치 부정한 사람인 것처럼 폭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것은 ‘신상 털기’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다만, ‘사적 신상공개’와 ‘신상 털기’는 그 방법이 유사하고 상호 동반되는 경우도 많으며, 인권적 쟁점도 유사하다.
다. 목적과 동기
보통, 공개자들은 사적 신상공개가 ‘공익적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 많은 언론은 이를 두고 ‘사적 제재인가, 공적 기여인가’, ‘정의 구현과 돈벌이 사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개별 사례에서 공개자들이 제시한 이유, 언론 및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공개대상자가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
- 피해자를 보복 범죄로부터 보호하거나 공개대상자의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
- 채무 이행(양육비, 대출) 등 공개대상자가 특정 행위를 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 공론화를 통해 국가 또는 조직의 적정한 대응을 요구하거나 제도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 경제적인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각각의 사례에서 사적 신상공개의 목적은 위 사항 중 일부 또는 전부가 복합되어 있고, 어떤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사이버 렉카 유튜브 채널이 ‘피해자를 보복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 신상을 불가피하게 공개한다’라고 주장하더라도, 그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특히, 이 중 ‘사회적 심판’이 언급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사회적 심판’이란, 신상정보의 공개로 인한 사회적 평판의 훼손에서 나아가 더 직접적, 적극적 의미로 공개대상자를 비난, 공격하고자 한다는 의미이다. 사인이 공적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사회적 심판을 직접 도모하고자 한다는 점이 사적 신상공개가 사적 제재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다루어지는 이유이다.
라. 정보 공개 공간 : 온라인·디지털 공간
사적 신상공개는 온라인·디지털 공간에서 발생, 증폭된다. 공개자는 많은 사람에게 공개대상자의 일탈행위를 알리고자 하므로, 주로 SNS,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렇게 공개된 정보는 다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 언론을 통해 즉각적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한 신상공개 ⟶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확산 ⟶ 언론 보도를 통한 추가 확산 ⟶ 신상공개 영상, 게시글 등에 대한 관심 증가’라는 패턴화된 과정은 주로 온라인·디지털 공간에서 전개된다.
공개대상자에 대한 사적 제재도 주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발생한다. 공개대상자 또는 그 가족에 대한 악플, 협박, 저주·모욕성 전화와 문자메시지, 공개대상자의 학교 또는 직장, 영업장에 대한 항의나 민원 등이 전형적인 예이며, ‘사적 신상공개 ⟶ 익명의 다수에 의한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3) ’의 구조로 표현할 수 있다.

1) ‘사이버 렉카’란 마치 교통사고 시 렉카 차량처럼 조회수가 되는 현안이 생기면 경쟁적으로 방송하면서 이슈화하고 이득을 취하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본문으로]
2) 다만, 예외적으로 디지털 교도소나 사이버 렉카 채널 등 신상공개를 주된 목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공간에 ‘공인’의 일탈이 공개될 때에는 사적 신상공개로 지칭되기도 한다. [본문으로]
3) 사이버 공간(cyber)과 괴롭힘(bullying)의 합성어로 대체로 “특정인을 해할 목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이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의도적, 지속적으로 행하는 괴롭힘 행위”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