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사적 신상공개의 인권적 문제점
1. 법적인 평가와 구분되는 인권적 관점에서의 평가 필요성
사적 신상공개는 현행 법령에 따라 위법하다고 평가될 소지가 크다. 다만, ‘사적 신상공개가 문제인 이유는 현행법상 위법하기 때문이다’라며 논의를 끝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 국제사회의 권고나 해외의 입법례 등을 이유로 비판하는 견해가 있고, 공개자들은 대부분 현행 법·제도의 문제점과 신상공개의‘공익적 목적’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25)
최근 사적 신상공개가 유행하게 된 계기가 법·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사적 신상공개는 현행법 위반이지만 다소 불법적인 절차나 방식일지라도 정당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지 않는 외국에서라면 사적 신상공개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인식이 여전히 있다.
따라서, 사적 신상공개 문제에서 더 주목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단순히 현행법에 따른 평가가 아니라, 인권적 관점에서의 평가이다.

2.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
전과 등 범죄경력자료를 타인이 이를 수집, 활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또한, ‘누군가 범죄(또는 일탈)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주장은 객관적인 사실로 보이기도 하지만, ‘해당 행위가 범죄(또는 일탈)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국가기관과 언론기관은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 중 무엇이 중요한지 분석할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지만 피의자 신상공개 이후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도 있다. 이는 범죄 등 일탈행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비교할 때, 사적 신상공개의 공개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이들은 주로 당사자나 주변인의 제보, 인터넷 기사 검색과 같은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을 통해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입수하거나 ‘함정수사’와 유사한 방법으로 타인의 위법행위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즉, 이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허위 제보, 왜곡·과장된 주장, 오염된 정보로 인한 오류에 취약하고 정보수집에 있어 법적·윤리적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로 디지털 교도소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실이 아닌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전파된 사례는 제보자의 주장을 충분한 검증없이 그대로 옮기거나, 과거 잘못 알려진 사실을 다시 사실인 것처럼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공개자들의 정보 수집·검증 방법이 취약하다는 점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공개자들은 이런 오류가 마치 추후 시정할 수 있는 사항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들이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잘못 공개된 정보를 공개대상자가 해명하고 바로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국가기관과 언론기관이 사실이 아닌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알렸을 때, 공개대상자는 언론중재법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기회가 있지만, 사적 신상공개 시에는 이와 같은 제도가 적용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사적 신상공개 과정에서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과장된 정보가 유포될 가능성이 크다.
공개자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허위 제보, 왜곡·과장된 주장, 오염된 정보로 인한 오류에 취약하고 정보수집에 있어 법적·윤리적 문제도 발생한다.
잘못된 정보가 공개될 경우 공개대상자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인격적 고통을 받게 되지만 오류를 정정하고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어렵다.
3. 공개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공개 문제
범죄 또는 일탈행위를 이유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한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공개자의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적절한 기준과 절차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그때의 판단으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면, 그 자체도 문제라고 할 수 있고, 공개자의 부정행위, 오류, 과도한 정보공개 및 모욕적 표현 등을 방지할 수 없다.
사적 신상공개는 ‘어떤 문제’에 대해 공개하는지, ‘어떤 신상정보’를 공개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공개하는지 공개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한다. 실제 사례에서 공개자들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몇 가지 기준과 절차를 제시하지만, 그 절차를 준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 기준이 적절한지도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사실, 사적 신상공개는 공적 제도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공개대상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교도소는 신상공개 대상을 정하는 기준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제시했지만, 실제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들은 살인 등 강력범죄, 성범죄뿐 아니라 전세사기, 학교폭력, 워마드 운영자, 관련 사건을 다룬 판사 등이었다. 공개한 정보도 주소, 전화번호, 직장명, 가족관계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이버렉카 유튜브 채널이 공개 대상으로 선택하는 사안들도 사회적 주목도가 높거나, 사회적으로 큰 비난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성격의 사건으로 집중된다. 이는 신상공개 시 기대되는 영상의 조회수, 후원금액 등 경제적 이익과 연관된다고 이해된다.
이는 공개대상자와 공개되는 정보를 정하는 기준이 매우 자의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공개라고 납득하기 어렵게 하는 측면이다.
사적 신상공개는 ‘어떤 문제’에 대해 공개하는지, ‘어떤 신상정보’를 공개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공개하는지 공개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한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적절한 기준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이고, 사례가 반복되다보면 공개자의 부정행위, 오류, 과도한 정보공개 및 모욕적 표현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적 신상공개는 공적 제도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공개대상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기준과 절차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4. 익명의 다수에 의한 사적 제재 문제
사적 신상공개가 근본적으로는 사적 제재의 성격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사적신상 공개 ⟶ 익명의 다수에 의한 사이버불링’에 참여한 익명의 다수는 ‘죄를 지은 자’에 대한 분노 감정을 모욕적 표현으로 제한없이 표출하면서도 ‘사회적 심판’이라는 목적을 주장하며 이 구조가 정당한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죄를 지은 자에 대한 분노가 정당하고, 국가의 형벌이 미흡해 보인다고 해서, 사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직접 제재하겠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아무리 죄를 지은 자라 하더라도, 이들을 직접 모욕, 협박하거나 모욕적인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또 다른 가해행위로,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또한, 사적 신상공개와 뒤따르는 사이버불링은 공개대상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연인, 동료들마저도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시킨다. 공개대상자의 미성년 자녀, 배우자, 연인 등이 학교, 직장, 이웃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배제당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이는 ‘사실상의 연좌제’로 작용한다. ‘자기의 행위가 아닌 타인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것’(‘연좌제’)은 사적 신상공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이는 사적 신상공개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이다.
한편, 보통 사적 신상공개는 공적인 조사 및 제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범죄 또는 일탈 혐의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모욕적 표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개대상자는 집중된 여론에 대응하느라 수사나 조사에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수사기관과 법관 등 국가기관도 여론의 부담을 느끼게 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결국, 사적 신상공개가 주장하는 ‘사회적 심판’이 ‘공적인 조사와 제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적 신상공개가 근본적으로 사적 제재의 성격이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사적 제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사적 신상공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적신상 공개 ⟶ 익명의 다수에 의한 사이버불링’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구조가 마치 정당한 것처첨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가해행위로,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크다.
사적 신상공개는 사실상 연좌제의 효과가 있으며, 공적 조사 및 제재 절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5. 피해자 인권 보호 관점에서의 문제
사적 신상공개의 이유로 ‘피해자의 고통 또는 피해자의 요청’ 등이 언급되기도 한다. 피해자가 유튜버 등에게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범죄자나 일탈행위를 한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피해자의 인권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가해자를 엄벌 26) 하는 것만으로 피해자의 사회복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물질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고, 사회적 차원의 지지와 연대도 필요하다. 이는 훨씬 더 어렵고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그러나, 사적 신상공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여부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감정을 집중하고 사회의 공적 시스템에 대한 보완 논의를 소홀하게 한다. 이는 피해자 보호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고, 가해자들을 명예훼손 등 범죄의 ‘피해자’로 만들어 국가와 사회가 다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삼게 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편,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사적 신상공개는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더 크다.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피해자의 신상과 범죄 피해도 의도치 않게 함께 공개될 가능성도 내포한다. 강력범죄, 성범죄는 대부분 가해자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사건 가해자, 일시, 장소, 내용 등이 특정될 경우,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쉽게 특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사실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동반되거나 판결문이 공개되면,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좋지 않은 일을 당했다’라는 정도로만 사건을 인지하고 있던 피해자의 주변인들이 피해자가 겪은 피해 사실을 필요 이상으로 상세하게 알게 되는 역효과도 있다.
또한, 사적 신상공개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자극적·선정적인 정보들이 유통되는 사례가 많고, 이에 따라 많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소 감정적인 표현들이 다수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범죄피해자는 사건 당시와 그 이후에 겪은 고통으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예기치 못했던 온라인에서의 가해자 신상공개로 피해 시 겪었던 인권침해 상황을 다시 마주하면서 새로운 고통에 직면할 수 있다.
사적 신상공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만 사회적 관심을 집중하게 한다. 이는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한 공적 시스템 보완 논의를 저해하는 것이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소외시킨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의 의사와 다른 사적 신상공개는 피해자 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민감한 피해 사실이 전파되거나, 온라인상 감정적인 표현들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버 렉카 등 공개자가 경쟁적으로 활동하는 환경에서는 피해자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과 방식으로 사건이 알려지거나, 피해자의 의사가 왜곡되어 전파되기 더욱 쉽다.
6.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훼손
최근 사적 신상공개가 유행처럼 등장한 것은 사적 신상공개를 통한 사적 제재가 ‘통쾌하다’ 또는 ‘정당하다’라는 인식에서 일부 기인한다. 이러한 인식은 공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에서 비롯되며, 우리 사회의 공적 시스템이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와 요구에 충분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다만, 아무리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국가에 의한 수사와 재판, 형 집행,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제도 등이 범죄 피해를 당한 개별 피해자의 입장에서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형사사법 시스템의 개선을 검토할 때는 이를 염두에 두고 ‘정말로 우리 사회에서 범죄가 적절히 수사·처벌되지 않고 있는지’,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개선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적 신상공개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실제보다 더 무가치한 것으로 묘사한다. 무죄추정의 원칙, 수형자의 교정·교화 및 사회복귀도 ‘범죄자의 인권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라는 방식으로 무시하기도 한다. 이는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누구라도 분노할만한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분노 감정이 사회적으로 크게 일어나는 시기에는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크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운영해 온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부당하게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식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실제로 형사사법제도상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사적 신상공개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면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신상공개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심사하기 전 사이버 렉카가 피의자의 이름, 사진, 연락처 등을 공개하는 경우, 이미 신상정보가 공개된 상태이므로 이 제도를 통한 공개 결정이나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 어느 것도 의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낮은 신뢰 ⟶ 사적 신상공개 등 사적 제재 발생 ⟶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 훼손 및 안정적 운영 저해’라는 악순환으로 표현된다.
사적 신상공개와 이에 따른 사적 제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공적 시스템을 실제보다 더 무가치한 것으로 묘사하고, 실제로도 관련 제도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낮은 신뢰 ⟶ 사적 신상공개 등 사적 제재 발생 ⟶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 훼손 및 안정적 운영 저해’라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25) 사적 신상공개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활동 중, 일종의 시민불복종으로서의 사회활동, 미투 운동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고 나름의 사회적 의미가 큰 활동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현행법 위반 여부 보다 더 폭넓은 기준으로서의 평가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본문으로]
26) 엄벌한다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면 예외 없이 모두 적발되어 처벌된다'(확실히 처벌한다)는 뜻과 '가해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형량을 부과한다'(강하게 처벌한다)는 뜻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범죄 예방, 사회 정의, 피해자 인권 등의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전자라 할 수 있다.[본문으로]